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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boon <잡화점> 인터뷰 [2019.03]
작성자 마르코로호(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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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일 2019-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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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테 늙은이 냄새나?' 할머니 말씀에 가슴 아팠죠"

어르신 일자리 선물하는 '매듭 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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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께 일자리 드릴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청년은 이제 경북 상주 할머니들 사이에서 ‘매듭 총각’이라 불린다. 매듭 총각으로부터 매듭 반지·팔찌 만드는 방법을 배운 할머니들은 어엿한 ‘마르코로호 매듭 지은이’로 성장했다.


수공예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마르코로호는 여성 노인에게 기술을 교육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브랜드다. 할머니들은 사회 활동을 통해 삶의 만족도와 자존감을 높일 수 있고, 고객들은 원하는 제품을 구매해 할머니들께 일자리를 드리는 동시에 독거노인, 장애아동 등 사회 취약계층에 기부도 할 수 있다. 구매 시 기부하고 싶은 곳을 선택하면 마르코로호가 수익금의 일부를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 “노인 빈곤율, 자살율 1위의 대한민국”


마르코로호 대표 신봉국(31) 씨의 원래 직업은 선생님이었다. 스물셋, 졸업과 동시에 초등학교 교사가 된 그는 4년도 채 안 되어 스물 일곱 살에 교편을 놓았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서 퇴직한 건 아니다. 본인의 직업 만족도가 높았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선망의 대상이었으며 부모님께도 자랑스러운 아들이었다. 탄탄대로를 걷던 중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가 된 건 ‘군대’였다.


2012년 군대에서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 자살율’ 부문 모두 대한민국이 1위라는 뉴스를 접했다. 노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과감히 뛰어들 수 있었던 건 ‘지금’이 아니면 기부하는 삶을 살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동생 신은숙(좌)와 대표 신봉국(우)

출처신봉국 대표 페이스북

그의 창업 계획을 들었을 때 주변인들의 우려가 적지 않았고 부모님도 반대했다. 그가 내민 손을 잡아준 유일한 사람은 동생 신은숙 씨였다. 노인복지를 전공한 신은숙 씨는 봉국 씨가 진행하려는 사업에 조언을 해줄 가장 좋은 파트너였다. 게다가 패션 쪽에도 관심이 많았다.


“오빠가 이렇게 진지한 얘기를 하는 게 살면서 처음인 거 알지?”


동업 제안에 동생은 웃으며 흔쾌히 수락했고, 고향인 경상북도 상주 고추 창고에 간이 사무실을 마련했다. 당시 남매의 전 재산은 2000만 원과 노트북 두 대가 전부였다.

Q

가족이라 좋은 점도 있겠지만, 불편한 점도 있을텐데

A

동생이 저와 시작했을 때 가장 큰 불만은 시도때도 없는 회의였어요. 저는 머릿속에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말을 해야 속이 풀리는데, 동생 입장에서는 약속하지 않은 때에도 일 이야기만 하니 공과 사가 분리되지 않아 짜증이 났다고 하더라구요. 이제는 회의 시간도 정해놓고 일해요. 그리고 서로에게 존댓말을 사용하죠. 다만, 최근에는 모든 일을 공적 말하기로 하다 보니 가족과 모인 자리에서도 존댓말이 나오더라구요(하하하).

Q

'할머니'를 중심으로 마르코로호를 운영하는 이유가 있다면

A

이 질문을 굉장히 많이 받아요. 조사 결과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 중 여성 비율이 더 높은 반면 경제적 참여율은 남성에 비해 더 낮았습니다. 사회로부터 소외되었다는 느낌에 우울증을 겪는 여성 노인이 많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거죠.

그래서 소셜 미션을 할머니에게 행복한 일상과 노후를 선물하자로 결정했습니다. 그 일환으로 일자리 제공을 메인으로 가져왔죠. 일자리 제공과 더불어 사업 수익을 고려했습니다. 우선적으로 할머님들부터 시작한 것뿐 할아버님들도 조만간 함께 하게 될 겁니다.

출처마르코로호 제공
'나한테 늙은이 냄새 나?' 라고 묻는 분도 계셨어요. 은행에 갔다가 젊은 사람들이 자신을 피하는 걸 느끼신 거예요. '아, 할머니가 잘못하신 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머님들께 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경제적 도움이 아니었다. ‘사람의 온기’였다.


“매듭 총각, 이걸로 뭐라도 사 먹어.”


월급을 드리러 찾아뵙는 날이면 마치 손주에게 용돈 챙겨주듯이 받은 돈을 그의 손에 꼭 쥐여줬다. 할머님들은 청년들이 방문해주는 것 자체로 고마웠고 함께 매듭을 만들면서 외로움을 덜고 있던 것이다.


신 씨는 매듭 지은이 할머님들이 밝아지는 모습을 보며 제품 모델이라든가 브랜드 모델로서 할머님들에게 또 다른 직업을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할머니들의 삶을 좀 더 풍요롭게 만들어드리고 싶었다.

Q

할머님들과 함께 일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A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매출이 급격히 늘면 문제에요. 매출이 오르면 사업자 입장에서는 좋은데, 할머님들의 수작업이 저희의 인력이라 무작정 많이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거든요.

저희는 기술 기반이 아니라 인력, 즉 인간 친화적인 사업이다 보니 사람이 우선이에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달간 마르코로호 홈페이지를 셧다운 하는 사태도 있었어요. 지쳐가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고 진지하게 쉬는 걸 고려야 했죠. 소비자들이 한달 후에 열어도 찾아줄까 걱정을 했는데, 기우였어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 쉰 건 참 잘한 거 같아요.

매듭을 엮는 과정

출처마르코로호 인스타그램
Q

매듭 교육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A

모두에게 같은 양을 배분할 수 없어요. 할머님마다 정해진 시간당 만들 수 있는 양이 다르거든요. 형평성을 위해 디자인이나 실력을 고려해서 분배합니다. 교육반은 보통 1-3개 정도 만드세요.

그런데 할머님들은 주어진 양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걸 알면 서운해 하시고, 토라지시거든요. 생각보다 저희가 모르는 모습들이 많아요. 어린아이들 같달까?(하하) 그래서 저희가 레벨을 나눴어요. 씨앗부터 시작해요. 그리고 열매 레벨이 '만렙'인 거죠. 한 단계씩 오르기 위해 더 열심히 하시고, 오를 때마다 성취감을 느끼시더라고요.

마르코로호와 함께 일하는 할머니들은 일을 하면서 자존감을 되찾고 있다. 회사 차원에서 청춘 운동회, 꽃꽂이 클래스와 같은 복지 클래스를 제공하고 있다. 치매 예방 차원에서 주기적으로 화투나 실을 활용해 뇌를 자극하는 교육도 병행한다.

매듭지은이(할머님)이 구매자에게 보낸 감사의 메시지.

출처마르코로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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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로호는 소비자들이 물건을 구매하면서 5가지 기부 영역 중 본인이 원하는 곳을 선택하도록 했다. 수익금의 일부를 영역 별로 기부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다. 할머니들 역시 자신이 직접 만든 제품이 팔릴 때마다 누군가에게 기부된다는 걸 알고 계신다. 할머니들은 자부심을 느낄 수 있고, 소비자들 역시 소비를 통한 보람을 얻어간다.

2018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

출처신봉국 페이스북

2015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마르코로호를 운영해온 그는 마침내 2018년 대한민국 청년 인재상을 수상했다. 수상 에피소드를 묻자 나이 때문에 지원자격 문턱을 넘지 못할뻔 했다는 소회를 남겼다.


“현재로선 할머님들이 행복한 세상을 그리고 있지만, 더 나아가 우리 청년들이 노인층이 되었을 때 이러한 혜택을 보편적으로 받아볼 수 있는 사회적 서비스를 창출해내고 싶습니다.”


박선주 기자 pige326@donga.com

첨부파일 1903_1boon잡화점.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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